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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빅뱅과 라이프 스타일 혁명 

1970년대를 목전에 둔 1968년, 전 세계의 반쪽은 2차 대전 후 왕성한 탐욕으로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었고, 다른 반쪽은 전체주의적 사회주의가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베트남과 미국이 10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그 십여 년 전에는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중심으로 한 게릴라 부대가 쿠바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고, 미국의 턱 밑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실험을 한창 벌이고 있어서 미국은 항상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서간의 체제 경쟁은 사회 시스템을 더욱 경직시켰고, 대중들의, 특히 전후 젊은 세대들의 사회 문화적 피로도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었다. 1968년은 바야흐로 혁명의 해였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시작된 1969년부터 미국은 지긋지긋한 베트남전쟁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용광로 같았던 1960년대 말 청년기를 보낸 세대들은 1970년대에 들어서며 아웃도어 비즈니스가 본격적인 하나의 카테고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자유와 사랑, 평화의 기치를 내걸었던 그들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집이 유일한 안식처가 아니었으며, 더 이상 중산층으로의 진입만이 삶의 목표도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자연 속으로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객이 있는 곳에 산업이 성장한다. 그들을 확고한 고객층으로 삼은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했다.

 

1968년은 또한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대 아웃도어 비즈니스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여행이 있었던 해이다. 요세미티 계곡의 1세대 반란자 무리의 한 명이었던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와 노스페이스의 창업자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 세계적인 스키 선수이자 코치였던 딕 도워스(Dick Dorworth), 그리고 친구 2명을 더해 다섯 명의 젊은이들은 폭스바겐 미니버스를 직접 운전하며 6개월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칠레의 파타고니아까지 역사적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익스트림 아웃도어 여행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여행은 태평양 연안에서는 서핑을, 남미의 고산지대에서는 알파인 스키를 타며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목적지였던 파타고니아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피츠로이에 신루트를 개척하며 등정에 성공한다.

 

여행 당시 이본 쉬나드는 작은 대장간에서 사장이자 공장장 일을 하고 있었고, 더글라스 톰킨스는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작은 등산용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여행은 아직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치기어린 나이의 그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깊은 영감을 안겨 주었다.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와 노스페이스의 더글라스 톰킨스는 아웃도어 장비 제조업으로 크게 성공했고, 파타고니아의 대자연에 깊이 감동한 그들은 평생을 환경보호운동에도 앞장섰다.

 

클라이밍과 아웃도어의 사회사

세계 대전 이후 경제 성장과 단란한 가정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주류문화와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 젊은 세대들은 문화적 피로감이 쌓여 갔다. 사회 주류에 끼고 싶지 않은 이들은 다른 대안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좀 더 모험적인 젊은이들이 고루한 사회 관습과 중력마저 거스르는 반란을 도모하며 1950년 중반부터 요세미티 계곡에 몰려든다. 수직으로 1,000m나 솟아오른 엘캐피탄과 랜드마크인 하프돔이 있는 요세미티 계곡에 당대의 내로라하는 암벽 등반가들이 모여 들기 시작한 것이다. 권위주의적인 관습 따위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그들에게 요세미티 계곡은 해방구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반란자, 미치광이, 얼간이, 공상가, 괴짜라고 불렀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의 시조새쯤 되는 존 살라테는 당대 클라이머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스승이었다. 요세미티의 1세대 클라이머들은 시조새의 몸짓을 따라 배우며 1,000m 절벽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요세미티의 아름다운 경관은 클라이머들뿐 아니라 경제적 안정을 이룬 중산층들도 불러들였는데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 눈에는 그저 사회부적응자들로 보였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클라이머들 중 일부는 밤낮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있었으며 마리화나를 입에 물고 다녔다. 여기에 히피들이 가세해 요세미티는 반란군의 해방구 역할을 했고, 레인저들은 불순하며 반체제적인 이들을 시시때때로 해산시키려 했다. 크고 작은 충돌은 1970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마침내 폭동 수준으로 악화되었고 기마 경찰관과 방위군까지 투입되어 대대적인 진압에 나섰다. 요세미티 등반가들과 히피족은 한 편이 되어 저항했지만 무장한 경찰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요세미티 황금시대를 열었던 1세대들은 계곡을 떠났고, 결국 황금시대도 저물었다.

 

Valley Uprising(반란의 계곡)

 

요세미티에 다시 모이기 시작한 클라이머들은 캠프 4를 본부로 하고 요세미티 황금시대를 연 1세대 선배들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전 세대들과는 차별적인 등반을 시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고 리더 역할을 한 것은 짐 브리드웰(Jim Bridwell)이었다. 그는 1세대가 이루었던 클라이밍의 성과를 단번에 뛰어넘었다. 워렌 하딩이 두 달 동안 올랐고, 로열 로빈슨이 일주일 만에 올랐던 엘캐피탄을 단 하루 만에 해치웠다. 요세미티의 2세대 그룹은 더욱 실험적인 클라이밍을 통해 육체의 극한까지 스스로를 밀어 붙였다. 그들은 클라이밍을 통해 내면을 탐험하는 승려이자 관습에 도전하는 히피였다.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자유 등반이 클라이밍의 주류가 된 것도 이 시기였다. 출중한 등반 실력과 함께 눈에 띄는 외모를 갖춘 존 바커(John Backar)와 불과 16세에 불과했던 딸 린 힐(Lynn Hill)과 같은 ‘요세미티 아이돌’도 이 그룹에 속한다. 황금시대 말 히피와의 문화적 정신적 동맹을 맺은 요세미티 클라이밍 씬은 스톤마스터 시대에 들어 확고한 대중문화로 정착하기 시작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요세미티 계곡은 무리를 지어 반란을 획책하는 몽상가들은 없으며, 일반 관광객들과 캠프 4의 클라이머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경험을 즐긴다. 그러나 여전히 반란자들에게는 사회 규범 이상의 자유가 필요하다. 그들은 7일로 제한되어 있는 요세미티 야영장 사용으로는 원하는 등반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던 중 알렉스 호놀드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아예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차를 개조하고 요세미티 국립공원 밖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물론 그럴 형편이 안 되는 클라이머들은 레인저들의 단속을 피해 숲속이나 바위틈에서 새우잠을 자고 다음 날 등반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백패커들이 겪고 있는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선에서의 어려움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모험과 비즈니스의 동맹

이제 모든 게 갖추어졌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황금시대를 열었던 요세미티의 1세대들 중 일부는 미국의 중산층으로 편입되었고, 일부는 세계 각지의 고산을 찾아다니며 보다 현대화된 등반 기술을 갈고 닦았으며, 몇몇 영민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본 쉬나드는 쉬나드 이큅먼트를 거쳐 블랙다이아몬드로 이어지는 등반 장비 회사와 파타고니아라는 의류 회사를 성공시켰고, 철학하는 클라이머 로열 로빈스는 자기 이름을 딴 로열 로빈슨을, 더글라스 톰킨스는 노스페이스를 본 궤도에 올렸다. 그들의 후배들인 1970년대의 스톤마스터 세대들은 지금 표현으로는 힙스터 스타일까지 갖추고 있어 마치 록 스타처럼 미디어의 각광을 받았으며, 각종 매체의 표지 모델과 대기업의 제품 광고 모델로도 등장하게 된다. 대기업이 광고 효과를 위해 후원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가 시작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1990년대 이후 요세미티를 찾는 대부분의 유명 클라이머들은 이미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의 엠버서더였으며, 그들의 등반 모습을 구경하는 갤러리들과 요세미티를 찾는 중산층 관광객들도 클라이머들이 입는 옷과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요세미티의 괴짜들이 치밀하게 계획한 바는 없으나 아웃도어 산업이 요세미티에서 배양되고 있었던 것이다.

 

To be continue…


2021년 3월, '인사이드 아웃도어'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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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도어' 시리즈 보기

  • 1. 인사이드 아웃도어 01 : 아웃도어의 기원
  • 2. 인사이드 아웃도어 02 : 인사이드 아웃도어
  • 3. 인사이드 아웃도어 03 : BPL
  • 4. 인사이드 아웃도어 04 : 아웃도어 브랜드 흥망성쇠
  • 5. 인사이드 아웃도어 05 : 장비 개발
  • 6. 인사이드 아웃도어 06 :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 7. 인사이드 아웃도어 에필로그 : 라제건, DAC로 세계 텐트 시장을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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