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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제주 바다를 소비의 대상이 아닌 아끼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지하도록 돕고 싶다’는 슬로건으로 제주도 바다 쓰레기 문제를 늘 예술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재주도좋아>의 2021년의 프로젝트 ‘바라던 바다 - 별 볼 일 있는 비치코밍1)’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1)비치코밍(beachcombing) : 해변을 빗질하다는 의미로 현대에서는 해변의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말한다. 주워 모은 물건을 재활용해 작품을 만듦으로써 보다 재미있게 환경 보호 활동을 할 수 있다.

재주도좋아는 이번 ‘별 볼 일 있는 비치코밍’을 관광을 기반으로 하는 제주에서 쓰레기 없는 소비와 여행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자연에 무해한 여행은 어떤 방향일까’ 고민하면서 이번 백패커들과 하는 별 볼일 있는 비치코밍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비치코밍과 백패킹을 주제로 자연에 무해한 여행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주제로 가파도에서 1박 2일 동안 낮에는 비치코밍과 토크, 콘서트를 즐기고 그 주변에서 백패킹을 하며 밤에는 하늘의 별과 가파도에서 서귀포의 야경을 바라보는 일정이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출발 전까지 걱정이 되었지만 가파도는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로 일행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가파도에 도착한 후 각자 흩어져서 1시간 정도 가파도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약속 장소에 모여서 바로 비치코밍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주에 살면서 공식적인 비치코밍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단시간 동안 쌓이는 쓰레기의 양에 한번 놀랐고, 여러 사람이 함께 활동을 시작하니 금세 깨끗해지는 모습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이후 ‘엿 바꿔 먹자’라는 프로그램은 ㄷㄱ마켓처럼 더 이상 자신에게 쓸모 없어진 물건을 다른 사람의 물건과 서로 물물교환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참여자들의 워낙 간소한 짐 꾸리기로 물물교환할 물건이 많이 없었다는 웃픈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쓰레기가 치워진 바닷가에서 프로젝트 참가자들과 저는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을 주제로 약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인간의 최악의 발명품 ‘편리함’이라는 발상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었고, 쓰시마 도모요시의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생태계 안에는 다양한 기질을 가진 수백만 종이 존재하고 있고 서로의 리듬을 느끼며 공존해야 할 것입니다. ‘바다가 죽으면 인간은 죽는다. 인간이 멸종하면 지구는 다시 살아난다.’라는 간단명료한 명제를 인지하고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사고할 수 있고 감정이 있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환경의 부정적인 변화를 느꼈다면 자연 생태를 바라보고 서로 간에 연대하여 배우고,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연은 늘 그곳에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었고, 우리를 기다려주었습니다. 이제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입니다. 아니 조금 늦었을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무엇이든 시도를 해야 하는 때인 것은 아닐까요?

 

이번 프로젝트에 제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계기는 얼마 전 보게 된 재주도좋아의 인터뷰의 글 중에 ‘한계에 연연하기보단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과 연대가 중요하다.’라는 말에 큰 공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경험하고 배우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토크가 끝난 후 가수 김일두의 노래는 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고, 우리에게 위로가 되었고, 정말 아름답고 울림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2일째 아침. 그제서야 가파도가 눈에 들어왔고, 어릴 적 부모님 따라서 와봤던 그때 기억 속의 제주의 모습이었습니다. 작업해놓은 쓰레기 더미를 보고 너무 행복해하시던 마을 이장님과 주민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고, 차를 마시려 물을 끓이는 잠깐의 순간에도 재주도좋아 분들은 쓰레기를 줍고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주변의 쓰레기를 주우셨습니다. 그냥 숨 쉬듯 그렇게..

재주도좋아의 방식대로 지역 토착민들을 존중하고 참가자들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환경 감수성을 키워주고 있었고, 제주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백패커들과 재주도좋아의 첫 만남이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백패커들의 여행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 비치코밍을 제안해 보려 노력했던 재주도 좋아는 이후에도 섬을 여행하는 백패커들이 자발적으로 비치코밍 후 야영을 시작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은 재주도좋아가 비치코밍 페스티벌 ‘바라던 바다’를 진행하면서 바다 쓰레기를 이용한 아트 워크숍을 참여자들에게 제공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전교생이 8명인 가파 초등학교 학생들을 수혜자로 지정했고, 참여하신 백패커들 덕분에 아이들과 따뜻한 시간을 추가로 보내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재주도좋아는 개인적으로는 아이와 함께 하는 백패커가 되는 계획이 있고, 비치코밍 캠페인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게 되기를 바라며 내년 봄에는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자영업자와 함께 하는 비치코밍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치코밍을 통해 삶의 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는 재주도좋아와 함께한 가파도의 시간이 행복했고 그들을 응원합니다.

 

Author

조현수
  • 하이커하우스 보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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