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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온다. 샤를 드 골 공항에 출국 4시간 전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비행기를 놓쳤고 패닉에 빠졌다. 새로운 항공권을 예약하게 되면 개인당 270만 원 정도의 추가 경비가 들기 때문에 기대했던 남아프리카 일정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이 오면 허탈감과 자괴감이 밀려들기 때문에 누구나 본 성격이 드러난다. 주용 군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해외에서는 의사소통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답답함과 초조함 속에서 짜증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낸 건 바로 주용 군 이였다.

 

우리는 첫 번째 경유지인 네덜란드의 스키폴공항까지 버스를 타는 게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스키폴공항에서 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의 비행시간을 맞추려고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짐이 많아서 쉽지는 않았다. 모든 이동 수단이 짐을 감당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퐁텐블로에 있을 때는 조용한 시골 동네의 분위기였지만 파리 시내는 달랐다. 모두가 빠르게 움직였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심지어 불어를 잘 모르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은 유일한 언어인 영어를 할 줄 아는데 모르는척하는 항공사와 버스 티켓부스 직원들도 마주하면서 우리의 짜증은 한계를 넘어섰다.

 

그렇게 우리는 스키폴공항에 도착했고 우리에게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우리의 상황을 딱하게 여긴 스키폴공항의 KLM 항공사 직원은 우리의 최대 고민이었던 볼더링 패드를 무료로 위탁 수화물에 추가해 주었고 결론적으로 케이프타운까지의 여정은 기회비용 빼고 손해 본 비용이 거의 없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종종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결정하고 움직이지 못한다면 번뜩이는 생각도 무용지물이 돼버리지 않을까? 이 번 등반 여행도 시작 전에 결정의 기로에서 저울질만 하다 끝났으면 하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들이다.

이 번 여행에서의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나니 피곤이 밀려왔고 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 도착까지 한 번의 기절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모든 소식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 받았던 윤석 군과 만나게 되면서 드디어 우리는 완전체가 되었다. 

 

우리보다 먼저 케이프타운에 도착해 있었던 윤석 군이 렌트한 차량은 엄청 귀여웠다. 귀여움도 잠시 짐을 어떻게 넣을지 고민하던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들을 포함한 모든 짐까지 차량 탑승에 성공했다. 우리는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한 팀이었다.

 

해외에서의 렌터카 비용은 30일 기준 1박에 6~10만 원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특히 수동 면허가 없다면 가격이 하늘로 치솟는다. 우리는 윤석 군 덕분에 정말 저렴한 비용으로 차를 렌트 했다. 윤석 군은 2~3년 전 Rocklands에 2번 여행을 한 경험이 있어 가이드 수준으로 우리를 리드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 남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은 비 온 듯이 사라졌다.

사자나 기린, 코뿔소 같은 동물들이 뛰어다니며 흙 먼지가 날리는 곳 일 줄 알았던 남아프리카는 중심가는 빌딩 숲을 이루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바다 주면은 마치 영화에서 보던 캘리포니아에 해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윤석 가이드님의 추천으로 간 비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손님들로 가득 찬 곳이었다. 나는 메뉴판을 펼치고 음식을 먹어본 뒤 바로 와 그런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먹어봤던 양식 중에 제일 맛있는 요리였다. 남아프리카는 정말 저렴한 금액으로 고퀄리티의 음식들과 자연 관경을 맛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관광으로 오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우리는 락랜드(Depakhuys) 로 출발했고 2시간 정도의 운전 끝에 마침내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등반에 있어 특히 프로젝트 등반을 하러 여행을 간다면 캠핑을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몸의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면 등반 이외의 요소들이 스트레스를 주는 빈도가 적어야 등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숙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캠핑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한 요소가 많다. 하지만 이 캠핑장은 이런 불편한 요소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이었다. 공용 공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과 교류할 시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해외 등반가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더더욱 캠핑을 하며 교류하고 싶었다.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자마자 각국에서 온 클라이머들이 우리 멤버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특히 어디서나 인기가 많은 주용 군에게는 묻지도 않았는데 와이파이를 알려주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프로젝트 등반보다는 여러 가지의 루트들을 시도할 계획으로 등반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숙소 또한 여러 가지 형태의 숙소를 경험하고 싶었다. 물론 낭만과 저렴한 숙박비용 때문에 캠핑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

우리는 총 2개의 경량 텐트 (2인용 1개, 3인용 1개)를 가져갔고 캠핑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 캠핑장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장박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오픈된 공간을 제외하고 조용하며 공용 시설이 멀지 않은 곳을 선택했고 그곳은 바닥이 평평하고 공간도 넓었다. 텐트를 치는데 익숙했던 우리는 20여 분 정도 시간을 들여 텐트 설치 와 비가 왔을 때를 대비한 타프 설치, 장작을 태우기 위한 화로 설치 등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갑자기 윤석 군이 캠프 사이트 바로 뒤편의 섹터에서 야간 등반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흔쾌히 수락했고 바로 야간 등반 준비를 시작했다.

 

4편에 계속_

 

Author

신동철
  • Editor
  • Lighten Climbing Director
Video LIGHTEN CLIMBING ™

'ROCK TRIP 2022 기록지' 시리즈 보기

  • 1. ROCK TRIP 2022 기록지 EP.03 락랜드 1편
  • 2. ROCK TRIP 2022 기록지 EP.02 퐁텐블로 2편
  • 3. ROCK TRIP 2022 기록지 EP.01 퐁텐블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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