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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고 토요일 오전까지 내린 비는 오후에는 그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해가 비치는가 싶더니 운전을 해서 북으로 올라갈 수록 다시 흐려졌다. 잔뜩 흐린 날씨지만 다행히 빗방울만 간헐적으로 툭툭툭 떨어지는 정도라서 오르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걷는 내내 안개가 자욱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이 곳을 찾았을 때도 똑같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희뿌연 공기 중에 수분 입자가 흩날리는게 뚜렷하게 보였다. 이런 날씨에 어설픈 구스다운 자켓을 입으면 흠뻑 젖어버리고 말 것이다.

 

머리를 감고 말리지 않은 것처럼 머리카락이 금새 축축해졌다. 대개 등산을 할 때는 날씨가 맑은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지만, 흐려도 이렇게 흐린 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약간 차가운 공기는 기가 막히게 상쾌했고 들이 마실 때 마다 몸이 맑아짐이 느껴졌다. 입김이 멀리까지 퍼져 나가는게 재미있어서 일부러 후ㅡ 후ㅡ 공기를 내뱉었다.

 

산 중턱에 물 웅덩이가 나타나면 우리가 자주 야영을 하는 그 숲에 거의 당도했다는 의미다. 웅덩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디서 물이 흘러와 고인 웅덩이인지 모르겠지만, 이 웅덩이가 나올 때 쯤 멀리서부터 개구리 떼가 우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 물가에서 놀던 개구리들은 인기척을 느끼면 곧바로 웅덩이로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많던 개구리가 단체로 울음을 뚝 그치면서 금새 아무것도 없는 듯 고요해진다. 

탁한 물은 개구리가 서식하기에는 제격으로 보인다. 한 동안 가물었던 웅덩이가 깊어졌을테니, 어제 내린 비는 개구리들에게도 귀한 것이 아니었을까. 미처 웅덩이 깊은 곳 까지 도망치지 못한 멀쩡한 개구리 한마리가 우릴 보더니 죽은 시늉을 한다.

 

길을 가다가 만난 개구리(보호색이 너무 좋아서 하마터면 밟을 뻔 했다)

 

조망이 멋진 유명한 레스토랑은 이용객들로 붐비는 탓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제대로 맛과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때가 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지만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주차장 넓고 깨끗한 로컬 음식점에서 먹은 한 끼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소문난 맛집의 옆 집도 때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산에서 야영을 한다면 항상 이름난 산 정상 근처 높은 곳까지 갈 필요는 없다. 

우리가 즐겨 찾는 이 숲은 후자에 가깝다. 등산객의 왕래가 잦은 유명한 산에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곧게 뻗은 잣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덕분에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되어 내밀하며, 수년간 떨어져서 쌓인 잣나무 껍질과 이파리가 부드러운 흙과 섞여 푹신푹신해진 땅은 안락함을 더한다. 멀리서 요란하게 바람이 몰아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와도 나무가 바람을 막아주는 덕분에 우리가 머무는 숲까지 들이치지 않는다. 

해먹을 나무 사이에 설치해서 해먹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숲에서 이것저것 계획 했던 촬영을 하고, 준비한 음식을 먹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잡담을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간간히 캠핑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요즘 통 산에 다녀오지는 못했었다. 캠핑은 야외에서 하는 놀이긴 하지만 '자연 속에서 머물다 왔다' 라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잘 것과 간소하게 준비한 먹을 거리를 배낭에 싸서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산 능선을 따라 해가 떨어질때까지 야영할 만한 곳을 찾아서 정처없이 걷던 기억을 떠올리면, 고생스러운 기억이긴 해도 산엘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어딘가 막혀있던 것이 조금은 트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Author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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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re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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