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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는 사람과 땅을 깊이 있게 이어주는 행위"

벌써 지난 4월의 이야기입니다. UL 하이킹 기어와 의류를 만드는 일본의 야마토미치(Yamatomichi, 山と道)에서 일하고 있는 기무라 씨와 함께 1박 2일 하이킹을 다녀왔습니다.

 

그와의 인연은 2024년 4월, 베러위켄드의 오프라인 숍인 베러굿샵(Better Good Shop)에서의 만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인 나오미 씨와 함께 서울 여행 중에 베러굿샵을 방문하였고, UL 하이킹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나오미 씨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도쿄로 워크숍을 가게 되었고, 야마토미치가 위치한 가마쿠라(도쿄 인근, 슬램덩크로 유명한 도시)를 방문하여 기무라 부부와 함께 뒷산 하이킹도 하고, 야마토미치 매장에서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봄, 기무라 씨로부터 지리산을 하이킹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그 시기는 지리산 입산 통제 기간이라 서울 인근으로 1박 2일 하이킹을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 유명산, 중미산은 많이 찾는 산이지만, 그는 장거리 하이킹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리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걸을 수 있는 루트를 계획했습니다. 바로 통방산–삼태봉–중미산–소구니산–유명산–설매재자연휴양림(야영)–용문산–상원사 코스입니다.

 

하이킹 당일은 비 소식이 있었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탈출로가 많고 고도가 높지 않은 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조심히 산행을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즐겁게 함께 걷고, 먹고, 자며 유쾌한 1박 2일 하이킹을 마쳤습니다.

 

그와 헤어지며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추천해 준 하이킹 코스는 다음에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의 UL 하이킹 브랜드 ‘Yamatomichi(야마토미치)’에서 세일즈, 이벤트, 커뮤니티 활동 등을 담당하고 있는 기무라 히로키(Kimura Hiroki)입니다. UL 하이킹은 물론이고, 트레일 러닝, 로게이닝, BC 스노보드, 최근에는 팩래프팅까지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업무상 그리고 제 성격상 늘 어딘가로 떠나 있고, 그곳에서 지역 커뮤니티와 어우러지며 그 순간의 ‘제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함께한 희정, 상윤, 요한

 

Q. 이번 하이킹 코스는 비가 계속 내렸는데, 괜찮으셨나요? 비 오는 날 하이킹의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레인웨어를 착용해서 전혀 문제는 없었습니다. 원래 저는 비 오는 날의 하이킹을 꽤 좋아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야마토미치 대표인 나츠메와 함께 비 오는 날 하이킹을 하던 중, 그가 "비는 맞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시야가 달라졌어요. 빗소리의 리듬이나 분위기를 온몸으로 즐기게 되었고, 사람도 적어서 더욱 고요하게 걸을 수 있죠.

이번 하이킹에서는 밤새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어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 덮인 트레일이 되어 있었어요. 정말 최고의 서프라이즈였죠! 팁을 꼽자면, 관점을 바꿔서 즐기는 것 아닐까요?

 

 

Q. 원래는 지리산에 갈 예정이었지만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서울 근교의 로컬 산에 다녀오셨는데, 코스는 어땠나요?

작년에 북한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왔었는데, 이번엔 서울 근교의 다른 산을 1박 2일로 걷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번 코스는 거리도 좀 길고, 조용한 트레일이라 제 취향에 딱 맞았어요.

 

행동식으로 산 김밥도 산과 아주 잘 어울렸고, 중간에 들른 고개 너머 가게에서 마신 대추차와 막걸리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죠. 하산 후에 먹은 쭈꾸미 요리도 일품이었고, 카페에서 마신 커피도 너무 맛있었어요.

음식을 통해 한국과 한국의 산을 더 잘 알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지리산은 나중에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Q. 도쿄 근교의 로컬 산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로컬 마운틴은 지역마다 다 달라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산이 오르내림이 더 많은 편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번 코스는 약29km에 누적 고도 획득이 2600m였는데, 꽤 하드한 편이었죠. 저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요(웃음).

그리고 '바위'요! 작년에 북한산에서도 느꼈지만, 한국의 산은 정말 바위가 많아요. 살짝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암벽, 쉬고 싶어지는 바위동굴, 감탄하게 되는 아름다운 암석의 결을 보면서 다양한 바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Q. 한국 하이커들은 주로 일본 알프스로 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쿄 근교에서 오버나이트 하이킹으로 추천할 만한 코스가 있다면?

도쿄 근교에도 야영을 하며 며칠간 걸을 수 있는 루트가 많아요. 저는 그중 2곳을 추천하고 싶어요.

 

  • 오쿠치치부(奥秩父) 종주 루트
    도쿄 서쪽에 펼쳐진 거대한 산악 지대를 동서로 약 60~70km 이어지는 루트예요. 조용한 트레일, 곳곳에서 보이는 후지산 전망, 풍부한 야영장이 매력입니다. 종주와 롱트레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고, 중간에 하산이 가능해 루트를 줄일 수도 있어요. 출발 지점인 오쿠타마 역은 신주쿠에서 2시간 이내로 접근성도 좋아요.
  • 나스 렌산(那須連山)
    여기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산이에요. 도쿄에서 신칸센과 버스로 2시간 이내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화산지형의 거친 산세와 온천 문화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하이킹으로만 접근 가능하고 야영장도 있는 「산토고야 온천」, 산기슭에 있는 뜨겁고 원시적인 탕치장(병을 고치려고 온천 목욕을 하는 곳.) 「사슴의 탕」은 꼭 추천하고 싶어요. 온천과 하이킹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

 

Q.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MINI2와 이번에 착용하신 와이드 팬츠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MINI2는 UL 하이킹을 위해 설계된 백팩이에요. 대형 메쉬 포켓, 산에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무게 분산 구조를 갖췄죠. 야마토미치 백팩 중에서 제가 가장 오래 사랑하고 있는 모델이에요. 2025년 모델부터는, 영국의 기능성 소재 브랜드 ‘퍼텍스(Pertex)’와 공동 개발한 오리지널 원단을 사용했어요. 다른 나일론 100% 원단과 비교해도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서로 다른 원단을 같은 공장에서 염색할 수 있어서 바디와 포켓 색상을 통일해 디자인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Yamatomichi 5-Pocket Wide Pants

 

5-Pocket Wide Pants는 야마토미치의 스테디셀러 5-Pocket Pants의 내구성과 빠른 건조, 편리한 포켓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넓은 실루엣 덕분에 통기성과 활동성이 탁월한 팬츠예요. 산에서 정말 유용하게 입을 수 있는 2025년 신제품입니다!

 

Q. 하이킹 외에 즐기시는 아웃도어 활동이 있나요?

자기소개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트레일 러닝, 로게이닝, BC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고, 최근엔 팩래프팅과 설판(눈 위에서 하는 서핑 비슷한 활동으로 스노우보드와 달리 발과 보드가 분리되어있다.)에도 푹 빠져 있어요. 아웃도어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텐트 사우나도 정말 좋아해요!

 

Q. 당신에게 아웃도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아웃도어는 ‘그 땅과 마음을 주고받는 활동’입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대학 시절에는 해외를 떠돌며,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체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그 땅을 이해해나가는 데 매력을 느꼈어요.

 

아웃도어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지형, 풍토에 뿌리내린 방식으로 놀고 체험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여행의 밀도와 만족감이 훨씬 더 깊어졌다고 느껴요.

 

그리고 그런 경험을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제게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죠. 자연 속에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사람과 땅을 깊이 있게 이어주는 행위’, 그것이 바로 저에게 아웃도어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한국의 산을 하이킹하며, 지금까지 몰랐던 한국의 새로운 매력들을 많이 발견했고, 덕분에 한국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하이커들이 서로의 나라를 더 자유롭게 오가며 하이킹을 즐기고, 각자의 자연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세계가 더 넓어지면 정말 멋질 거라 생각해요. 이웃 나라임에도 아직 서로 잘 모르는 매력이 많고, 그것을 ‘산’이라는 공통 언어로 함께 발견해간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한국의 산에 매료된 사람으로서, 일본의 하이커들에게 한국의 산과 사람의 매력을 꼭 전하고 싶어요.

 

함께해준 희정 씨, 선희 씨를 비롯해 이 여정에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IntInterviewee

Kimura Hiroki
  • Yamatomichi HLC Staff/Sales
Photo kangsai | Sony RX100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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