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아크테릭스의 아이콘, Alpha SV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2026년 업데이트는 단순한 연식 변경이 아닙니다. 재킷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GORE-TEX 멤브레인을 친환경 소재 ePE로 교체하는 과감한 수술을 감행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그들은 여전히 100데니아의 압도적인 겉감을 고집했습니다. 가장 혹독한 환경을 위한, 가장 진보된 갑옷.
알파인 환경에서 ‘최상위’라는 단어는 함부로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크테릭스의 Alpha SV(Alpha Severe Weather)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지난 20여 년간 이 재킷은 클라이머들에게 단순한 의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하나의 장비였습니다.
입는 순간, 날씨가 아니라 환경과 마주하게 만드는 옷. 2026년, Alpha SV는 다시 한 번 진화했습니다. 고유의 DNA는 유지한 채, 그 안의 기술은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Arc’teryx Alpha SV 2026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소재의 변화’입니다. 2026 Alpha SV에는 새로운 GORE-TEX Pro ePE(expanded Polyethylene) 멤브레인이 적용되었습니다. 기존의 과불화화합물(PFAS)을 배제한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은 이제 아웃도어 업계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친환경 소재가 과연 극한의 알피니즘을 견딜 수 있을까?”
아크테릭스는 이 질문에 ‘100데니아(100D)’라는 숫자로 답했습니다. 얇고 가벼운 ePE 멤브레인을 사용해 경량화를 이루면서도, 겉감은 여전히 시장에서 가장 질기고 튼튼한 100D 나일론을 고집했습니다.
바위와의 반복적인 마찰, 얼음 조각의 타격, 장시간 이어지는 쓸림에도 타협 없는 내구성. 이 재킷은 여전히 부서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장비입니다.

GORE-TEX Pro ePE
극한의 환경에서는 작은 디테일 하나가 편의성을 넘어 생존으로 이어집니다.
하네스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간섭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덤프 포켓과 보안 포켓의 위치가 미세하게 조정되었습니다.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도 직관적인 접근이 가능합니다.
후드 하단에는 저프로파일 RECCO® 반사판이 내장되었습니다. 눈사태 등 위급 상황에서 구조 신호를 반사하는 이 작은 칩은, 이 옷이 도심이 아닌 설산을 위해 태어났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냉정하게 말해, Alpha SV는 불친절한 옷입니다. 일상적인 하이킹이나 가벼운 백패킹에서는 이 재킷의 스펙이 오히려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100데니아 원단은 뻣뻣하고,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음이 존재합니다. 통기성보다 완벽한 차단을 우선순위에 둔 설계입니다.
하지만 기상이 급변하고, 바람이 칼처럼 변하며, 눈보라가 시야를 삼키는 순간 이 재킷의 진가는 분명해집니다. Alpha SV는 사용자를 외부 환경과 분리시키는 ‘이동식 쉘터’가 됩니다. 이 재킷이 불친절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용자에게 편안함보다 각오를 먼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입는 순간, 오늘의 산행이 쉽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에게 인정하게 만드는 옷입니다.
Alpha SV는 대부분의 날에는 필요 없습니다. 평온한 날씨의 둘레길에서는 이 재킷이 가진 모든 잠재력을 사용할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실패하면 안 되는 날, 환경이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 하루를 무사히 넘기게 해주는 옷은 많지 않습니다.
Alpha SV 2026은 ‘항상 입기 위한 옷’이 아니라,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날을 위한 갑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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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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