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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타고니아(Patagonia) 코리아가 ‘이본 쉬나드 초대석’​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약 11분 분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사업과 성장, 제품, 환경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흥미롭게 영상을 시청한 뒤, 더 많은 사람과 이 내용을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상 속 발언을 따라가며 이본 쉬나드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생각이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조금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말하는 제품, 소비 그리고 비즈니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며, 매년 더 높은 성장을 기록하는 것이 기업의 당연한 목표일까.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오랫동안 이 질문에 다른 답을 내놓았다. 그는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보다 회사가 지구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했고,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하나의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상은 이본 쉬나드가 파타고니아를 운영하며 만들어온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인터뷰다. 기업의 성장, 제품의 품질, 환경에 대한 책임, 정치적 태도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의 한계까지 폭넓게 이야기한다.

 

그의 말은 과장되거나 장황하지 않다. 대부분 자신이 산과 바다에서 경험한 것, 제품을 직접 만들며 실패한 것,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뒤늦게 깨달은 것에서 출발한다.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았던 사업가

이본 쉬나드는 처음부터 의류 회사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과 친구들이 사용할 암벽등반 장비를 직접 만들던 장인이었다. 이후 장비 제작이 사업으로 이어졌고, 의류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1973년 파타고니아가 탄생했다. 그는 스스로를 전문 경영인이라기보다 등반가이자 서퍼, 장비를 만드는 사람에 가깝게 여겨왔다.

 

영상에서도 그는 기업을 운영하는 일을 그 자체의 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는 더 큰 회사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존의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소비자와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파타고니아는 제품에 덜 해로운 소재를 적용하고, 매출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기업의 사명과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수정해왔다.

 

이본 쉬나드에게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이 팔 수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가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 질문이 먼저다.

 

성장을 위한 성장에서 벗어나다

대부분의 기업은 성장을 긍정적인 지표로 받아들인다. 매출과 생산량, 매장 수와 고객 수가 증가하면 회사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본 쉬나드 역시 한때 빠른 성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재정적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이 현재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성장하는 것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르다. 후자의 경우 회사는 소비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계속 구매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그렇다고 파타고니아가 사업이나 이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며 장기적인 환경 활동을 이어가려면 수익은 필요하다. 다만 성장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현재도 영리기업으로 운영된다. 동시에 기업의 목적과 이익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을 하나의 역할로 삼고 있다.

 

완전히 지속 가능한 제품은 없다

지속 가능성은 오늘날 수많은 브랜드가 사용하는 언어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거나 포장재를 줄인 제품에는 쉽게 ‘지속 가능한 제품’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하지만 이본 쉬나드는 이 표현을 경계한다.

 

어떤 제품도 아무런 환경 피해 없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원료를 얻고, 소재를 가공하고, 제품을 봉제하고, 포장해 운송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사용된다.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인 제품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환경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제품은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친환경 소재로 만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환경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기존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파타고니아가 제품 수선과 중고 제품의 재사용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제품은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고장 나면 고쳐 쓸 수 있으며, 결국 구매해야 하는 제품의 수를 줄여주는 제품이어야 한다.

 

영상에서 반복되는 핵심도 같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고, 구매한 물건은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는 것.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환경 행동이다.

 

좋은 제품은 더 많이 파는 제품이 아니다

이본 쉬나드는 품질과 환경 책임을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쉽게 망가지는 제품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반복해서 생산하게 만든다. 반대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생산과 소비의 횟수를 줄인다. 파타고니아가 내구성과 수선 가능성을 강조해온 이유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제품이 실제로 사용되는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본 쉬나드의 제품 철학은 회의실의 시장조사보다 등반과 서핑, 낚시와 같은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필요 이상의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 실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정확하게 구현한다. 유행에 따라 빠르게 교체되는 제품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이 기준에서 제품의 성공은 판매량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사용자가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가. 사용 과정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불필요한 소비를 다시 만들지는 않는가. 그것 역시 제품의 성능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특정한 입장은 반대편에 있는 고객을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본 쉬나드는 모든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 누군가는 반대한다. 일부 고객은 제품 구매를 중단하거나 회사에 항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업이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 있는 주장도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과 자금뿐 아니라 기업의 목소리와 영향력까지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환경단체를 지원하고,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필요한 경우 정치적인 사안에도 관여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로고나 슬로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을 지지하고, 무엇을 거부하며,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손해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가 브랜드를 설명한다.

 

자연에서 배운 경영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은 경영대학원보다 산과 바다에서 만들어졌다.

 

등반에서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장비, 날씨와 지형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무시한 채 계속 올라가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나게 된다. 자연에는 무한한 성장이 없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에는 한계가 있다.

 

이본 쉬나드는 이 원리를 기업과 사회에도 적용한다. 기업 역시 자신이 사용하는 자원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피해를 알아야 한다. 자연의 수용 능력을 넘어선 성장은 언젠가 기업이 의존하고 있는 기반 자체를 무너뜨린다.

 

결국 건강한 환경이 없다면 건강한 사업도 존재할 수 없다. 파타고니아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외부의 사회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직접 연결된 문제로 정의한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한다”는 사명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왔다.

 

말에서 끝나지 않은 철학

이 인터뷰에서 이본 쉬나드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이상적인 경영 철학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말에 머물지 않았다.

 

2022년 이본 쉬나드와 가족은 파타고니아의 소유 구조를 변경했다. 의결권 주식은 회사의 목적과 가치를 보호하는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에 이전됐고, 비의결권 주식은 환경 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조직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에 전달됐다. 회사를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대신, 기업이 창출한 초과 이익을 환경 보호에 사용하면서도 파타고니아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직접 만든 것이다.

 

이는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결정이 아니다.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성장에 대한 경계, 제품에 대한 책임, 기업의 목적과 환경에 대한 태도가 오랜 시간 쌓여 도달한 결과에 가깝다.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를 모든 기업이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파타고니아 역시 완벽한 기업이 아니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환경에 영향을 준다. 파타고니아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완벽한 지속 가능성을 주장하는 대신, 자신들이 만드는 피해를 확인하고 줄여가는 과정을 하나의 지속적인 과제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 인터뷰가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는 기업과 브랜드가 무엇을 먼저 질문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무엇을 만들 것인가.
  • 얼마에 판매할 것인가.
  • 어떻게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인가.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이 제품은 정말 필요한가.
  •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말하는 가치와 일치하는가.

브랜드의 철학은 소개문에 적힌 문장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 불편을 감수하며, 실제로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를 통해 증명된다.

 

이 영상은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의 성공담이라기보다, 기업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지 않기 위해 어떤 질문을 계속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우리도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여담이지만, 이 이야기는 베러위켄드와 오티티(On the trail)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가 만드는 기사와 제품, 운영하는 이벤트가 모든 사람의 취향과 기대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선택한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다른 방향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려다 보면 오히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물론 비판을 듣지 않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고쳐야 하며, 더 나은 방향을 위한 의견에는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과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베러위켄드는 아웃도어를 단순한 상품이나 유행으로 다루고 싶지 않습니다. 직접 걷고 사용하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를 꾸준히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선택이 필요하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방향보다 우리의 기준과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쪽을 택하려고 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베러위켄드가 무엇을 믿고,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 Founder
Photo Patagonia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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