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 걷는 여행지로, 제주올레와 함께 ‘괌올레’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괌을 떠올리면 대개 바다가 먼저 생각납니다. 투명한 물과 산호초, 해변을 따라 늘어선 리조트. 서울에서 비행기로 4시간 남짓이면 닿는 거리 덕분에 괌은 오랫동안 가까운 휴양지로 기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속도를 조금 늦추면 다른 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던 해안과 언덕을 직접 걷고, 마을과 자연 사이를 지나며 섬의 역사와 문화를 길 위에서 만나는 방식입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대신 그 사이에 놓인 풍경을 경험하는 여행. 괌정부관광청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괌올레(GUAM OLLE)’는 이런 가능성에서 출발합니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 이동합니다.
장소와 장소 사이를 효율적으로 이동합니다.
대표적인 풍경과 명소를 중심으로 기억합니다.
하나의 목적지를 경험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자연과 마을, 문화와 역사를 하나의 길로 만납니다.
이동 자체가 여행의 중요한 시간이 됩니다.
보고, 듣고, 쉬고, 맛보고, 사람을 만납니다.
장소와 장소 사이의 풍경과 이야기도 여행이 됩니다.
아웃도어 여행에서 걷기의 의미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산 정상이나 특정 명소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이킹뿐 아니라, 한 지역을 천천히 통과하며 자연과 문화, 지역의 일상을 함께 경험하는 걷기 여행 역시 하나의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괌올레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걷고, 쉬고,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자연과 사람을 만나는 과정 전체가 여행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괌정부관광청이 웰니스와 스포츠를 중심으로 괌의 체험형 관광을 넓혀가는 방향과도 이어집니다. 웰니스가 반드시 특정 프로그램이나 시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속도로 길을 걷고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는 일 자체가 여행의 리듬을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걷는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입니다. 자동차로 움직일 때는 관광지에서 관광지로 점을 찍듯 이동하지만, 걸을 때는 그 사이의 공간까지 여행이 됩니다. 발밑의 지형이 바뀌는 것이 느껴지고, 바람의 방향과 식생이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지도에서는 이름조차 보이지 않던 작은 마을과 길가의 풍경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괌은 비교적 작은 섬이지만 그 안에 해안 절벽과 초원, 열대 숲, 물길과 마을이 이어져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이 섬에 뿌리내린 차모로 문화와 스페인 통치기, 제2차 세계대전 등 여러 시대의 흔적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괌올레 프로젝트는 이처럼 괌이 가진 자연과 경관, 문화와 역사, 지역의 이야기를 하나의 길 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잇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새로운 산책로나 트레킹 코스를 하나 더 만드는 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입니다. 걷는 행위 자체보다 ‘그 길을 걸으며 무엇을 만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올레’는 큰길에서 집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말입니다. 제주올레는 이 이름처럼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순회하기보다 해안과 마을, 숲과 오름 사이를 자신의 속도로 걸으며 지역의 일상 가까이 들어가는 여행 방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방식은 제주 밖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규슈와 몽골, 일본 미야기에 이어 괌올레는 제주올레의 네 번째 해외 자매의 길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괌정부관광청과 제주올레는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괌올레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괌정부관광청이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고, 제주올레는 노선 설계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길 표식 디자인 등 트레일 조성에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괌의 풍경과 지역성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는 데 힘을 보탭니다.
제주올레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길가의 파란색과 주황색 리본, 조랑말 모양의 ‘간세’ 표식을 기억할 겁니다. 괌의 길 위에는 어떤 방식으로 길의 정체성이 구현될지도 앞으로 지켜볼 부분입니다.
두 기관은 자연뿐 아니라 괌의 문화와 음식, 지역 커뮤니티 등 다양한 자원을 트레일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를 잇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걸었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장소와 이야기를 길 안으로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결국 괌올레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하나의 ‘길’이라기보다 괌을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에 가깝습니다.
괌 여행에서 바다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면 여행의 중심이 바다에서 섬 전체로 조금씩 넓어집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지형과 내륙의 초원, 숲과 물길, 마을 주변의 풍경까지 자동차 여행에서는 배경처럼 지나쳤던 장소들이 걷는 여행에서는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괌정부관광청이 전해 온 현지 사진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초원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짙은 암반 사이에 고인 물이 작은 천연 풀을 만듭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던 리조트 중심의 괌과는 조금 다른 얼굴입니다. 이런 풍경과 풍경 사이를 하나의 경험으로 잇는 것이 괌올레가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 지도에서 ‘괌올레’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괌올레는 현재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괌정부관광청에 따르면 제주올레와 함께 1차 괌 현지 인스펙션을 완료했으며, 현재 후보 트레일을 검토하고 추가 현지 답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식 개장 목표 시점은 2027년입니다. 향후 코스가 확정되고 개장 단계에 들어가면 오프닝 행사와 팸투어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거리와 출발점·도착점, 노선 등 세부 코스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최종 코스가 결정된 이후 공개될 예정이며 프로젝트 명칭과 세부 구성 역시 개발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괌올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몇 km의 길이 만들어지느냐보다 어떤 괌을 길 위에 담아낼 것인가입니다.

좋은 트레일은 아름다운 풍경을 잇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왜 이 길을 걷는지, 걷는 동안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괌의 해안과 자연, 문화와 역사, 지역의 이야기를 괌올레가 어떻게 하나의 길로 엮어낼지는 아직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제안하는 여행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괌을 머무르는 휴양지에서, 직접 움직이며 발견하는 여행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신발 끈을 묶고 길을 나섭니다. 몇 시간 동안 섬의 풍경을 따라 걷습니다. 바다가 보였다가 사라지고, 숲과 마을을 지나며 처음 보는 괌의 얼굴을 만납니다.
여행의 속도를 늦추면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언젠가 다시 괌을 찾을 때, 해야 할 일의 목록에는 스노클링과 해변, 드라이브 말고 하나가 더 적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괌을 걷는 것.
괌올레는 지금 그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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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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