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가 나오고, 군견이 나오고,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다.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눈길이 갈 만한 조합이다. 베러위켄드와 함께 시사회에서 만난 〈하트 오브 비스트〉.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자꾸 다른 곳에 시선이 갔다. 저 배낭, 좀 무겁겠는데.
전직 특수부대원 제임스와 은퇴 군견 오딘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알래스카의 오지에 고립된다. 수많은 전장에서 서로의 목숨을 지켜온 둘은 이제 거대한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충분히 몰입할 만한 상황인데, 산에 좀 다닌다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자꾸 산행 준비 회의가 열렸다.
우선 동료가 한 명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극한의 환경일수록 함께 판단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존재가 중요하다.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제임스 곁에는 훈련된 오딘이 있다. 웬만한 초보 등산객보다 든든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초보 등산객에 내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오딘의 활약과 별개로, 이들의 고립은 동행의 중요성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함께 간다는 건 출발할 때 인원수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판단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상태를 살피고, 필요할 때 걸음을 늦추는 일이다. 평소에는 그저 좋은 산행 친구였던 사람이 어떤 순간에는 내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끝내 신경 쓰였던 장비의 무게. 배낭을 메고 오래 걸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집에서 들어봤을 때의 무게와 오르막에서 느끼는 무게는 분명 다르다. 넣을 때는 전부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걷다 보면 하나씩 면담하고 싶어진다. 너는 꼭 따라왔어야 했니.
영화 속 장비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벼웠다면 체력을 아끼고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최근 아웃도어에서 경량 장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결국 이 문제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오래 움직여야 할수록 짊어진 무게는 몸으로 돌아온다.
물론 무조건 가벼운 것이 정답은 아니다. 필요한 보온성과 내구성까지 덜어낼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자신이 들어갈 환경에 맞춰 필요한 것을 챙기고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일이다. 영화를 보다가 내 배낭까지 반성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이번 감상을 새 장비를 사야 할 근거로 제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이런 현실적인 참견을 하며 보다가도, 제임스와 오딘이 서로를 살피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둘은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움직임을 읽고, 반응을 기다리고, 상대에게 필요한 행동을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쌓인 신뢰가 그 사이에 있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대화가 잘 안 통할 때가 많은 우리를 생각하면, 꽤 대단한 소통이다.
특히 오딘이 제임스에게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제임스가 오딘을 지키는 만큼 오딘도 제임스를 지탱한다. 군견과 군인으로 함께 전장을 지나온 둘은 자연 속에서도 서로의 동료가 된다. 누가 누구를 데리고 가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관계. 동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그 둘을 둘러싼 자연도 인상적이다. 스크린으로 바라보면 당장 배낭을 꾸리고 싶을 만큼 광활하다가도, 그 안에서 직접 길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달라진다. 풍경이 멋지다는 감상과 오늘 안에 저곳을 지나가야 한다는 상황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익숙한 감각이다. 사진 한 장 찍고 감탄한 뒤, 다시 남은 거리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처럼.

제임스와 오딘은 그 안에서 주변을 살피고 서로에게 반응하며 움직인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이 자연을 읽는 감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오래 남았다. 말이 없어도 연결될 수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둘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존재에게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처음에는 동료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장비가 너무 무겁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다음 산행에서 함께 걷는 사람의 상태를 조금 더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찮다는 대답만 듣고 앞서가지는 않았는지, 내 속도에 맞춰주고 있는 건 아닌지. 배낭도 조금 가볍게 꾸려야겠다. 그래야 동료가 힘들 때 짐 하나쯤 받아줄 여유도 생길 테니까.
물론 내 짐부터 잘 메고 가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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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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